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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끝일까?' 엄마와 아이의 철학 대화

by 엘바바 2025. 4. 18.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 중, 불쑥 이런 질문을 받는 순간이 있다.

 

“엄마, 죽으면 어떻게 돼?”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이런 질문이야말로 아이와 함께 ‘철학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이 글에서는 초등학생 아이의 시선에 맞춰 죽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대화를 나눠보고자 한다.

죽음은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엄마, 죽으면 그냥 없어지는 거야? 아니면 다른 세상에 가는 거야?”

 

“음, 수연아. 그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야.

왜냐하면 아직까지 아무도 죽고 나서 다시 살아 돌아와서 ‘내가 어디 갔다 왔어’ 하고 말해준 적이 없거든.”

 

“그럼 아무도 몰라?”

“그래, 아무도 정확히는 몰라. 그래서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생각해.

어떤 사람들은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고 믿기도 해.

또 어떤 사람들은 죽으면 그냥 모든 게 끝이라고도 생각하고.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다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고도 해.”

 

“다시 태어나?”

“응,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이번 생을 다 살고 나면, 다음 생에서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로 태어난다고 믿어.

이런 걸 ‘환생’이라고 해. 이건 불교에서 많이 나오는 생각이야.”

 

“근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엄마는 음…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좀 슬프고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왜냐하면 지금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럼 죽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야?”

“죽음이 나쁘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이야. 꽃도 피었다가 시들고, 나무 잎도 가을이 되면 떨어지잖아?

우리도 생명이 있는 존재니까 언젠가는 죽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그게 무서운 게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사람마다 다른 죽음에 대한 생각 – 철학자들은 뭐라고 했을까?

 

“엄마, 철학자들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어?”

 

 

“그럼, 엄청 많이 생각했지! 철학자들은 우리처럼 궁금한 걸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들이야.”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가장 유명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소크라테스라는 아저씨는 ‘죽음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거야’라고 말했어.

하나는 아주 깊은 잠을 자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정말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일 수 있다고 했지.”

 

“잠 자는 거 같으면 별로 안 무서울 것 같아.”

“그치? 잠자듯이 평화롭다면 그건 괜찮을 수도 있지. 또 다른 철학자 에픽루스는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어.

왜냐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죽음이 없고, 죽음이 오면 우리는 이미 없기 때문이래.”

 

“헷갈리는데…?”

“ㅎㅎ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죽음을 못 느끼고, 죽은 다음에는 우리가 없으니까 그것도 못 느낀다는 거야.

그래서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다른 사람은 뭐라고 했어?”

“불교에서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흐름의 일부’라고 봐.

우리 몸은 변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이나 에너지는 계속 흘러간다고 생각해.

물이 흐르듯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계속 변하는 거야.”

 

“와… 죽음이 그냥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안심되는 느낌이야.”

“맞아, 그래서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야.”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이 더 소중해져요

“엄마, 죽는 게 무섭긴 한데… 살아있는 것도 참 좋아.”

 

“그래, 수연아. 그 마음이 참 고마운 거야.

사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숨 쉬고, 밥 먹고, 놀고, 친구들이랑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잘 느끼게 돼.”

 

“응. 나 지금 많이 웃었는데, 그게 감사한 일이구나!”

“그치. 우리는 평소엔 잘 모르지만, 죽음이라는 걸 생각할 때 지금의 이 순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깨달아.

엄마는 그래서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무섭기도 하지만, 지금을 더 사랑하게 되거든.”

 

“그럼 죽음을 생각하면 좋은 것도 있는 거네?”

“맞아. 철학자들도 그래서 죽음을 무조건 나쁜 거라고 하지 않았어.

오히려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할수록 지금을 더 깊이 있게 살 수 있다고 했지.

예를 들면, ‘나는 오늘 하루를 정말 소중히 보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

“그러면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야겠네.”

 

“응.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워’라고 말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지금을 충분히 즐기는 게 중요한 거야. 죽음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게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지금을 더 빛나게 해주는 거야.”

 

마무리하며 – 아이와 죽음을 이야기하는 용기

아이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의 질문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철학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그 여정 자체가, 인생을 더 따뜻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며, 아이와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나누는 대화. 그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