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전세 잔금, 그날의 똥기저귀 – 갭투자 첫 실전의 모든 순간
갭투자, 그리고 잔금이라는 큰 산
처음 갭투자를 다짐하고 매수한 집.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1천만 원밖에 안 났기에,
전세 임차인을 구해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매수와 동시에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동시진행’이었던 거죠.
이 집을 보여준 부동산 사장님과의 신뢰도 지키고 싶어서,
우리는 단독 중개를 요청드렸고,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임차인이 안 구해지면 어떡하지?
진짜로 하루하루가 가슴 졸이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으면, 우리는 잔금을 치를 수 없게 되는 상황.
그렇다고 잔금을 미루자니 매수도 무산될 수 있고,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상태라 손해도 막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다행히 그 당시에는 주담대가 주택 수에 따라 제한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으면,
해당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르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해두었어요.
최악의 상황까지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둔 거죠.
부동산에서는 전세 수요가 보통 입주 한 달 전부터 급격히 늘어난다고 했기에,
우리는 잔금일 한 달 전까지도 기다렸습니다.
불안했지만, 희망은 놓지 않았어요.
마침내 세입자 등장, 그리고 잔금일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임차인이 구해졌습니다.
이젠 잔금만 남았죠.
하지만 이때부터 또 다른 예상 못한 변수들이 줄줄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등기, 내가 직접 해볼까?
저는 인터넷에서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등기하는 방법’에 대해 찾아봤고,
‘법무통’이라는 어플을 통해 저렴하게 등기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어요.
10만 원이면 된다는 말에 혹해서, 바로 신청했죠.
그런데 막상 등기를 신청하려고 보니
매도인의 기존 주담대 말소등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네? 그럼 그건 어떻게 해요…?”
잔금 당일, 저는 잠깐 멘붕 상태에 빠졌어요.
등기 관련 지식도 부족했고, 그 말소등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줄줄이 엮인 돈, 한 집의 잔금이 여러 집을 흔들다
게다가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 입금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세입자가 기존에 살고 있던 집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집의 집주인 할아버지는 “현금으로 주겠다”고 해놓고는 계속 돈을 미루고 있었고,
그 여파로 우리 집 전세 보증금도 들어오지 않고 있던 상황.
우리 쪽 부동산엔 세입자의 남편이 있고,
이전 집 쪽 부동산엔 부인이 가 있었고,
돈은 한 군데 막히면 줄줄이 묶이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심지어 우리 집 매도인은,
우리에게 받은 매매대금으로 이사갈 집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 입장.
누군가가 늦으면 모두가 흔들리는 상태였던 거죠.
나는 아기띠를 하고 있었다
정작 이 집의 주인이지만 제 돈이 들어가지 않는, 이 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저는,
돌도 안 된 딸을 아기띠에 안고 부동산에 앉아 있었습니다.
남편은 회사에 출근해 있었고,
저 혼자 모든 진행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손에는 등기 서류, 휴대폰엔 입금 확인 문자,
머리는 말소등기 걱정으로 복잡한 와중에
다행히 딸은 얌전히 저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모든 금액이 입금되고, 잔금도 마무리되었고, 등기도 접수되었습니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똥기저귀!
긴장이 풀린 순간,
딸이 조용히 응가를 했습니다.
정적을 깨는 그 특유의 향기.
다행히 가방에 기저귀는 있었고,
부동산 사무실 한편에서 똥기저귀를 가는 일로 갭투자 잔금을 마무리하게 되었죠.
그날은 정말 온몸의 힘이 빠지는 하루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삶과 투자와 육아가 한 공간에서 겹쳐 있던, 생생하고도 귀한 하루였습니다.
글을 마치며 – 갭투자의 실전은 곧 인생이다
갭투자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율,
돈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마음들,
그리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함께 찾아오는
매우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일이죠.
그때의 나는 철저히 준비하려고 했고,
준비한 만큼 긴장했고,
결국 무사히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날 딸과 함께 똥기저귀를 갈면서,
문득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 이제 진짜 한 발 디뎠다.”
갭투자의 첫 잔금, 그날의 냄새까지도 나는 기억 속에 남는다.
투자도, 육아도, 결국은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