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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이사 전 인테리어, 그리고 첫 집에서 배운 것들

by 엘바바 2025. 5. 23.

7편. 이사 전 인테리어, 그리고 첫 집에서 배운 것들

7편. 이사 전 인테리어, 그리고 첫 집에서 배운 것들
7편. 이사 전 인테리어, 그리고 첫 집에서 배운 것들

집을 사자마자 들뜬 마음, 인테리어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생애 첫 집을 샀습니다.
급하게 결정했고, 얼떨결에 가계약을 넣었고,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제 내 집이다”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사 전, 우리는 집을 조금 손보자고 결심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올 수리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예산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어떻게든 예산 안에서 최대한 집을 예쁘게 바꿔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셀프 인테리어 책을 몇 권 빌려다 놓고,
직접 벽에 페인트칠도 해보고, 타일도 고르고, 싱크대도 교체하기로 했어요.


인테리어 거리로 유명한 상권에 가서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니며 자재를 하나하나 고르고,
공정마다 각기 다른 업체와 따로 계약해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전문 업체를 한꺼번에 쓰는 것보단 저렴했고,
무언가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름 뿌듯하기도 했어요.


살면서 드는 묘한 감정, 완성되지 않은 느낌

이사한 직후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새로 칠한 벽, 바꾼 싱크대, 타일의 질감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벽의 마감선이 살짝 울퉁불퉁하고,
페인트칠은 조명이 바뀌면 얼룩이 살짝 보였습니다.

 

“왜 처음엔 몰랐을까?”,
아무리 정성을 들였다고 해도, 전문가의 손길과는 확실히 다른 결과였던 거죠.
물론 비용 대비 만족은 있었지만, 동시에 깨달음도 컸습니다.

집은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것.


알게 된 첫 번째 실수 – 재산세 기준일

그리고 집을 사고 난 후 몇 주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부동산 카페에서 우연히 알게 된 정보 하나가 있었습니다.


6월 1일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된다는 사실.

우리 부부는 이 집의 잔금을 5월에 치렀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매도인과 협의해서 재산세를 반반 나누자고 조율하거나 잔금을 6월로 미뤘을텐데.
그땐 그런 개념조차 몰랐어요.

알고 보니 이건 꽤 일반적인 협상이었고,
매수인이 기준일 전에 잔금을 치르면 재산세를 매도인과 분담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우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결국 세금은 전부 우리 몫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실수 – 지하주차장 연결, 믿었지만 달랐다

우리가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의 연결이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중개사 말로는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로 연결된다고 했어요.
당연히 믿었죠.

 

그런데 이사 후 실제로 주차장에 내려가 보니,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선 계단을 한 층 올라가야 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우리는 주차장 구조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중개사의 말만 믿은 셈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같은 단지 안에도 엘리베이터와 완전히 연결된 동과,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동이 따로 있었어요.
우리 동은 후자였고,
우리는 그 사실을 미처 체크하지 않은 채 매수 결정을 했던 거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록,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걸요.


급하게 매수한 대가, 그리고 얻은 교훈

이 집을 사기 전, 우리는 정말 많은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밤에는 남편과 함께 주차장에 얼마나 차가 많은지 직접 확인하러 다녔을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정보를 놓쳤습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집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좋은 매물은 금방 나갈 것 같다는 불안감,
그 순간의 압박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했던 거죠.

 

나중에 돌이켜 보니,
세상은 넓고 부동산은 많았습니다.
정말 마음을 다해 원하면, 좋은 집은 또 나올 수 있고,
한 번쯤 물러서서 다시 보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 조급한 선택이 남긴 흔적, 그리고 따뜻한 기억

첫 집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집이었습니다.
어떻게 인테리어를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계약 조건을 확인해야 하는지,
무엇을 직접 체크하고, 무엇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지.

무엇보다도,
부동산을 살 때 가장 피해야 할 건 ‘쫓기는 마음’이라는 것.


좋은 집은 또 나옵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하루 더 고민한다고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실수와 배움만 있었던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집에서, 저는 아기를 가졌고 출산했습니다.
이 집의 공기, 햇살, 벽지, 주방에서 흘러나오던 따뜻한 밥 냄새까지 —
모든 것들이 그 시기의 기억과 단단히 얽혀 있습니다.

 

때로는 부엌 한켠에서, 때로는 거실에서 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장면을 보며
이 집이 우리에게 참 좋은 기운을 주었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도 이 집을 떠올리면, 작은 후회보다 더 큰 감사와 따뜻함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집은 생각보다 빠르게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사를 결정할 수 있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산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