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세탁소 창업 1년, 우리는 왜 자영업을 포기했을까
회사를 그만두다 – 자영업이라는 새로운 선택
우리 부부는 같은 회사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사내 커플이었습니다.
결혼 후 새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오면서, 우리는 이 신도시에서의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죠.
하지만 주변 상권은 아직 덜 형성된 상태였습니다.
마트 하나, 약국 하나 없는 단지 주변을 걷다 보니, 이곳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문득 ‘체인형 세탁소’를 떠올렸습니다.
단지 내에 아직 세탁소가 한 곳도 없었고,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였다면 수요는 충분할 것 같았죠.
무엇보다 매장을 열면 직접 일하지 않아도 알바생을 고용해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수익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우리 둘 중 한 명은 회사를 그만두고 운영에 집중하고, 나머지 한 명은 월급을 받으며 가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자고 결정했어요.
그리고 깊은 상의 끝에, 제가 회사를 먼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창업은 빠르게, 시작은 순조롭게
퇴사 후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입지 좋은 상가를 계약하고, 체인 본사의 지원을 받아 매장을 열었어요.
신규 입주민이 속속 이사를 들어오던 시점이었고, 경쟁자가 없는 유일한 세탁소였기에 장사는 꽤 잘 됐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하루하루 접수되는 옷의 양이 늘어나는 걸 보며 “잘 결정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죠.
내가 몰랐던 ‘세탁소의 현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창업 전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남이 입었던 옷을 다루는 일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지저분하거나 냄새 나는 옷들도 있었고, 작업 공간은 먼지가 날리는 환경이었죠.
처음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민한 성격인 제겐 이 모든 것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로 쌓여갔습니다.
무엇보다 세탁을 직접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접수만 하고, 실제 세탁은 공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 옷이 상한 채로 돌아오거나
- 약속한 날짜에 세탁이 되지 않아도
- 급한 옷이 늦게 도착해도
모든 항의는 결국 제 몫이었죠.
고객의 입장에서 이해는 되지만, 내 입장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문제 – 알바생, 고객, 그리고 내 감정
오전·오후·주말 시간대를 나눠 파트타이머를 고용해 운영했는데,
알바생들도 예상치 못한 실수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일은 옷을 바꿔주는 실수였습니다.
양복 두 벌을 번갈아 맡기던 손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손님의 옷 한 벌이 사라졌습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드렸지만, 그 이후 며칠 동안은 진심으로 괴로웠어요.
비싼 옷이 손상되어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공장 측과 감정 절차를 거쳤지만, 산 지 몇 년 됐다는 이유로 배상금은 형편없이 적었고,
결국 그 모든 분노는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죠.
저는 감정이입을 쉽게 하는 성격입니다.
고객이 화를 내면, 이해는 되는데 설득은 해야 하고, 화는 참아야 하고, 마음은 속에서 곪아갔습니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커질수록, 자영업의 현실과 나 사이의 간극이 뚜렷해졌습니다.
딱 1년, 우리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미련 없이 정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년 동안 수익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에너지와 감정 소모를 감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경험은 우리 부부 모두에게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어요.
"우리는 자영업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그 후로 우리는 자영업에 대해 다시는 깊게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은퇴 후 ‘작게 장사해볼까?’라는 말이 나올 때면,
서로 눈빛만 봐도 말이 됩니다. “아니, 그거 말고 다른 방법 생각하자.”
글을 마치며 – 실패였지만, 탁월한 경험이었다
이 체인형 세탁소 창업은 투자의 전환점은 아니었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게 해준 기회였습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맞지 않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해줬죠.
돌아보면, 그 시기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무리한 자영업에 도전하지 않고,
자산을 축적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자영업은 우리에게 맞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경험은 은퇴 후에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값진 이정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