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결혼, 그리고 첫 집: 투자 이전의 이야기
사회 초년생과의 연애, 그리고 시작된 결혼 이야기
지금은 파이어족 4년 차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시작은 절대 화려하거나 탄탄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재테크’나 ‘투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부부의 결혼 스토리를 먼저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첫 투자는 바로 그 ‘결혼’이라는 결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엔 단순히 결혼을 위한 준비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신혼집 계약’이란 선택이 우리 인생의 첫 번째 부동산 투자가 되었고, 그 경험이 이후의 재테크 방향을 정해줬습니다.
아직 학생이었던 남편, 직장인이었던 나
우리의 연애는 꽤나 의외의 조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사회생활 5년 차의 직장인이었고, 남편은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온 대학생 신분이었죠.
처음엔 ‘나이 차이도 있고, 배경도 다르고, 이게 과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남편은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어요.
연애가 깊어지고, 남편은 졸업을 준비하며 회사에 정직원으로 채용되었어요. 당시엔 막연하게 ‘졸업 후에도 이 사람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겠구나’ 싶은 안정감도 들었죠.
졸업과 동시에 저희는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빠른 결정이었어요. 그만큼 강한 확신이 있었고, 현실적인 고려도 함께한 선택이었습니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한 '신혼집 카드'
문제는 결혼 허락이었습니다.
저보다 어리고,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남편이 제 부모님의 눈에 쉽게 차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부모님께선 당장 경제력도 부족하고, 인생 경험도 적은 남편이 과연 책임감 있게 가정을 이끌 수 있을지 걱정하셨죠.
그런 상황 속에서 남편과 저는 함께 시간을 보내다 한 분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회사 근처에 위치한 소형 도시형생활주택이었는데, 모델하우스를 보러 간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은 규모. 신혼을 시작하기엔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금 일부만 있으면 일단 계약이 가능했고, 나머지는 입주 전까지 마련하면 되는 구조였죠. 지금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로 무모한 결정이었습니다. 그저 ‘이 정도면 감당 가능하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 계약서 한 장은 부모님의 눈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집도 마련했다니, 그래. 결혼해라.”
신혼집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허락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신혼집 계약, 그 뒤에 숨겨진 반전
결혼을 앞두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예식장을 정하고, 웨딩 촬영도 마쳤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죠.
그런데 결혼식이 끝난 후, 우리는 신혼집이 아닌 제 자취방에서 반년을 더 살게 됩니다.
왜였을까요?
사실, 그 도시형생활주택은 ‘선분양 후준공’ 방식으로 공급되던 곳이었습니다.
즉, 우리가 계약할 당시에는 땅만 있었고, 실제 건물은 아직 짓고 있는 중이었어요.
준공 예정일은 우리의 결혼 시기와 맞았었는데 공사가 점점 늦어졌죠.
공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걸 사회 초년생 부부의 첫 부동산 투자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결혼 후엔 당시 제가 살던 조금 더 넓은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고, 남편이 짐을 들고 제 자취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좁은 공간, 한정된 살림살이, 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 생활이었지만 우리에겐 그 자체가 새로운 시작이었고 소중한 기억이었어요.
그 시절에는 몰랐던 '부모의 마음'
처음엔 사실 신혼집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습니다.
결혼의 본질은 집이 아니라 사람이지 않나요? 서로 사랑하고, 믿고 함께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아이를 낳고, 직접 부모가 되어보니 그때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 신혼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앞날에 깔아주고 싶은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던 거죠.
우리 딸이 나중에 결혼하겠다고 집에 데려온 상대가 사회 초년생이고, 당장 거처도 불안정하다면... 과연 나는 아무 걱정 없이 허락할 수 있을까.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 때의 걱정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걸요.
결혼이 곧 투자의 시작이었다
그 신혼집은 결국 우리가 최초로 계약한 부동산이었지만 공사가 점점 늦어지고 우리는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졌습니다. 계약서에 공사 지연 해지 조항을 가리키며 시공사에게 해지를 요구했죠. 우리는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 받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만 해지했던 것 같아요. 가볍게 계약한 만큼 해지도 가볍게 생각했던 겁니다.
당시 분양자들 카페가 있었는데 모두들 걱정하며 입주를 기다리다 나중에는 입주한 것 같았어요.
우리의 첫 계약은 철저한 분석도, 투자 전략도 없이 이루어진 감정적인 선택이었어요. 그 후 우리는 전세로 집을 구하게 됩니다.
글을 마치며 – ‘사랑’에서 시작된 투자
우리는 그저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위해 집이 필요했고, 집을 위해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모하고 순수했던 선택은, 우리에게 공사 지연과 입주 후 하자, 계약 해지 등 계약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현실적인 재무 계산을 하지만, 그 출발은 아주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사랑과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신혼집 이후, 우리가 어떻게 갭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산을 불려 나갔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결혼은 사랑의 출발점이면서, 자산 형성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결정에는 이유가 있고, 때로는 감정이 재테크의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