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인 이유는 뭘까? – 자아와 정체성의 철학에 대한 대화
“엄마, 나는 왜 나야? 나는 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니고, 왜 수연이야?”
어느 날 수연이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만 너무나 깊고 중요한 철학의 주제였어요.
우리는 매일 나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라는 게 도대체 뭘까?, 왜 나는 '나'라고 느끼는 걸까?
오늘은 수연이와 함께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나’는 어디에 있을까? – 자아란 무엇인가
“수연아, 너는 네가 수연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
“음… 이름이 수연이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니까?”
그래, 그건 이름으로 알 수 있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야. 그런데 만약 네 이름이 ‘하늘’이었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수연’과 다를까?
이 질문은 우리가 ‘자아’를 생각할 때 항상 등장하는 문제예요.
‘자아’란 내가 ‘나’라고 느끼는 감각, 내 속에 있는 나만의 마음, 생각, 감정을 말해요.
🧠 엄마는 이렇게 설명했어요:
“수연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고, 내가 누구인지 안다고 느끼지?
거울을 보면 ‘어, 이건 나야’ 하고 알아보잖아? 그 느낌이 바로 ‘자아’란다.”
심리학자들은 자아를 ‘나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해요.
반면 철학자들은 “그 자아는 진짜 존재하는 걸까?”라는 의문도 가져요.
우리는 꿈속에서도 ‘나’를 느끼는데, 그게 진짜일까?
혹시 지금 이 세상도 꿈이고, ‘나’도 환상이라면?
수연이는 말했어요.
“그럼 나도 가짜일 수 있다는 거야?”
엄마는 웃으며 말했죠.
“아니야. 너는 진짜야. 그걸 느끼는 것도, 질문하는 것도 너니까.
생각하고, 느끼고, 존재하는 것. 그게 바로 ‘자아’야.”
나는 나고, 너는 너야 – 정체성은 어떻게 생길까?
그럼 ‘자아’는 마음속에 있는 감각이라면, ‘정체성’은 뭘까?
정체성은 좀 더 넓은 개념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방식이 섞인 것이죠.
“수연아, 넌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음… 나는 친절하고, 말을 많이 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이건 수연이가 스스로 생각한 자신의 모습이에요.
그런데 만약 친구가 “수연이는 조용해”라고 말한다면?
조용한 수연이와 말 많은 수연이, 둘 중 진짜는 누구일까요?
💡 여기서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정체성은 퍼즐처럼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
너 자신이 느끼는 너, 친구들이 보는 너, 엄마가 보는 너,
그리고 네가 되고 싶은 너.
이 퍼즐 조각들이 모여서, ‘수연’이라는 그림을 만들지.”
우리는 누군가의 자녀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해요.
다양한 역할 속에서 우리는 점점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가요.
즉, 정체성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변하고 성장하는 것이에요.
내가 나라는 건 바뀌지 않아? – 나와 시간의 관계
“엄마, 그런데 나도 커서 아줌마가 되면 지금이랑 달라지잖아.
그럼 나는 나 아닌 거야?”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
우리 몸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생각도 바뀌고, 좋아하는 것도 달라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고 느껴요.
왜일까요?
🧭 엄마는 수연이에게 이렇게 설명했어요:
“수연아, 네가 아기였을 때, 지금보다 말도 못하고 작았지?
하지만 그 아기도 수연이고, 지금도 수연이야.
그건 너의 기억과 경험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야.”
철학에서는 이걸 ‘연속성’이라고 불러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 경험, 감정, 관계가 이어져 있어서 우리는 나 자신이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요.
비록 겉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속마음의 연결이 ‘나’를 유지시켜주는 거예요.
그래서 수연이는 내일이 돼도, 10년 뒤가 돼도, ‘내가 나’인 건 변하지 않아요.
그건 참 멋진 일이에요.
마무리하며 – ‘나’를 안다는 건 어떤 걸까?
“엄마, 그럼 나는 나인 걸 어떻게 계속 알아가?”
“수연이가 네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고,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보고,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살펴보면
조금씩 더 너를 알게 될 거야.”
자아와 정체성은 우리가 평생 탐험해야 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예요.
아이든 어른이든, 나를 더 잘 알게 될수록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내가 나인 이유’는 단 하나가 아니에요.
생각하는 나, 느끼는 나, 꿈꾸는 나.
그 모든 걸 품고 있는 내가 ‘나’라는 증거지요.
오늘도 수연이는 조그만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기 얼굴을 보고 말해요.
“나는 수연이야. 나는 나야.”
그 한마디 안에, 온 우주의 철학이 담겨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