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산다는 건 뭘까?’ – 착함의 기준은 누가 정할까
“수연아, 착하다는 건 뭐라고 생각해?”
“음… 친구랑 안 싸우는 거? 엄마 말 잘 듣는 거?”
아이들에게 ‘착하다’는 건 주로 어른들이 원하는 행동을 잘 따르는 것으로 배워진다.
하지만 진짜 착함은 단순히 규칙을 잘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걸 봤다고 해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못 본 척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용기 있는 한 아이가 나서서 “그러지 마. 그건 나빠”라고 말한다.
이 아이는 착한 걸까, 문제를 일으킨 걸까?
진짜 착함은 때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옳은 일을 선택하는 것일 수 있다.
플라톤은 "선(善)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진리이며, 단지 사회가 정한 규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착함’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옳음’을 향한 선택이라는 거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해보자.
“수연아, 착하다는 건 다른 사람 기분만 맞춰주는 게 아니야.
어떤 상황에서도 나도 부끄럽지 않고, 남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그런 마음을 갖는 거야.”
이처럼 착함의 기준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걸 아이가 천천히 배워가는 것이 윤리교육의 첫걸음이다.
‘착하게 살아서 뭐가 좋아?’ – 보상이 없으면 착하게 살 필요 없을까
“엄마, 착하게 굴어봤자 손해야. 친구가 나 밀었는데 내가 참았더니 계속 그래.”
어른인 우리도 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남을 배려하면 내가 손해 보고, 정직하게 말하면 외면받는 세상.
그럴 때는 ‘착하게 살아서 뭐가 좋지?’라는 회의감이 든다.
하지만 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말한다.
“도덕적인 행동은 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이 개념을 전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착하게 행동한다는 건,
누가 보지 않아도 나 자신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수연이가 학교에서 친구가 떨어뜨린 연필을 주워줬는데, 그 친구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고 하자.
수연이는 속상해서 “그냥 안 줬을걸…”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때 이렇게 이야기해줄 수 있다.
“수연이는 그 순간에 좋은 선택을 한 거야.
그 아이가 뭐라 하든, 수연이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야.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착한 선택을 하는 거지, 칭찬받으려고만 하는 게 아니야.”
아이에게는 타인의 반응보다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경험들이 쌓이면, 아이는 착함이 ‘손해’가 아니라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나만 착하면 바보 되는 거 아냐?’ – 세상과 나의 윤리 사이에서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때, 아이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참았는데, 선생님은 그 친구 편만 들어요.”
“친구가 맨날 욕하는데 내가 아무 말 안 하면 바보 같잖아요.”
이럴 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억울함과 무력감이다.
윤리적인 행동이 항상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
“수연아, 착한 건 꼭 참기만 하는 게 아니야.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착한 용기’야.
네가 속상하면 ‘나 그 말 싫어’라고 말하는 것도 괜찮아.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나쁜 걸 참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걸 지켜내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덕 있는 삶’이란 감정과 이성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삶이라고 했어.
즉,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윤리적인 태도라는 뜻이야.
아이에게는 이런 역할놀이도 좋다.
“만약 네가 왕인데, 사람들이 너한테만 욕을 해. 착한 왕은 어떻게 할까?”
“친구가 널 놀렸어. 참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착한 대응은 뭐가 있을까?”
이런 상상을 통해 아이는 착함이 곧 침묵이나 희생이 아니라,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는 힘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세상이 항상 착한 사람 편은 아닐 수 있지만,
착하게 살면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돼.
그게 너를 진짜로 강하게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