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를 얼마나 알아?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딸과 나눈 대화
1. “엄마는 내가 화난 걸 어떻게 알았어?” – 감정은 말보다 먼저 보여
수연아, 네가 가끔 이런 말 한 적 있지?
“엄마,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내가 화난 줄 알았어?”
그게 바로 엄마가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야.
사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행동, 눈빛으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어.
예를 들어 네가 입을 삐죽 내밀고 소파에 푹 들어가 있으면, 엄마는 ‘아, 뭔가 속상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거지.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껴.
그런데 그 다름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가까워지고 따뜻해질 수 있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 기분을 짐작할 수 있잖아.
그건 우리가 상대방을 ‘공감’하고 ‘관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 능력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주 이야기하고,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려고 노력할 때 점점 더 깊어지는 거란다.
엄마가 너랑 매일 하루 일과를 묻고, 기분이 어땠는지 묻는 것도 다 그런 이유야.
"오늘 뭐 재미있는 일 있었어?"라는 질문 하나에 엄마는 네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되고,
넌 그만큼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는 나를 얼마나 알아?"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건
"엄마에게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보여줬을까?"일지도 몰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말하고, 듣고, 느끼는 연습이 정말 중요하단다.
2.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아” – 하지만 그걸 말해줘야 알 수 있어
수연아, 엄마가 너한테 궁금한 게 있어.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니?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왜 엄마는 자꾸 오해하지?"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야.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 마음을 제일 가까이에서 느끼는 존재니까.
그런데 그 마음은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아. 엄마는 네 마음을 전부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마법사가 아니거든.
예를 들어 네가 학교에서 친구랑 다퉜는데, 집에 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고 해 보자.
엄마는 ‘오늘 피곤했나 보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런데 사실은 마음이 아픈 일이 있었던 거잖아? 엄마는 그걸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어.
그래서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해.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말해줘. 엄마는 네 편이니까.”
그건 엄마가 너를 이해하고 싶다는 뜻이고, 네가 말해주는 만큼 엄마는 너를 더 많이 알게 되는 거야.
이해란 마법처럼 자동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같아.
네가 물을 주면 자라고, 안 주면 그대로 멈추는 나무 말이야.
그리고 때로는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
그럴 땐 글로 써도 되고, 그림으로 표현해도 돼.
중요한 건 엄마와 너,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려는 시도’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타인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란다.
3. “엄마는 내가 되는 건 아니잖아” – 이해에도 한계가 있어
수연아, 우리가 아무리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이야기해도, 엄마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도 엄마가 될 수 없어.
이건 조금 슬픈 진실이지만, 동시에 아주 중요한 사실이야.
아무리 네가 "엄마, 나 진짜 슬펐어"라고 말해도, 엄마는 그 슬픔을 너만큼 똑같이 느낄 수는 없어.
그건 네가 겪은 일이니까, 너만이 그 감정을 완전히 느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때로는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착각하기도 해.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나도 그런 적 있어!” 하면서 위로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 친구만의 상황이 있고, 감정이 있고, 속도가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너랑 완전히 똑같이 느낄 수는 없지만,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자세를 가지는 거야.
이해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 자체가 진짜 이해의 시작이기도 해.
왜냐하면 그걸 알면 우리는 더 조심스럽게 말하고, 더 진심으로 들으려 노력하게 되거든.
엄마도 늘 너를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오해도 해.
그럴 땐 너의 솔직한 말이 엄마에게 큰 도움이 돼.
그리고 엄마가 잘못 알았을 때 “엄마, 그게 아니야”라고 말해줘. 그 한마디가 우리 둘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 수 있단다.
💬 마무리하며 – 이해는 선물처럼 주고받는 것
수연아, 이해한다는 건 그냥 ‘알아주는 것’이 아니야.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을 쓰고, 그 마음에 다가가려는 노력 자체가 바로 이해야.
엄마는 매일매일 너를 이해하려고 해.
네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말에 웃고, 어떤 상황에서 마음이 무너지는지를 살펴보며 말이야. 그
런데 엄마도 아직 배우는 중이야. 그러니까 우리 같이 배워가자.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연습, 그리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선물처럼 주고받는 연습을 말이야.
“엄마는 나를 얼마나 알아?”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는 네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더 잘 알고 싶어 해.
그리고 너도 엄마에게 너의 마음을 보여줄수록, 우리는 더 가까워질 거야.”